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💛 디지털 속 아날로그 - 여행 중 보내온 엽서 한 장
요즘은 손글씨 받을 일이 거의 없다.
대부분의 소식은 메시지 알림음과 함께 도착하고, 짧은 답장으로 끝나기 일쑤다. 그런 일상 속에서 한 장의 손엽서는 생각보다 더 오래, 깊게 남는다.
독일에 사는 친구는 가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내게 엽서를 보내온다.
특별히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예고하지 않는다. 그냥 어느 날 우편함을 열면, 작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이 툭— 하고 들어와 있다. 그 엽서엔 꼭 손으로 쓴 글씨가 담겨 있다.
여행 중이라 그런지 글씨는 조금 삐뚤빼뚤하고, 틀린 글씨는 줄을 그어 고쳐져 있다.
볼펜 잉크는 가끔 번져 있고, 모서리는 구겨지기도 한다. 그런데 그 속에는 늘 친구의 눈으로 본 풍경이나 순간들, 그리고 내 얼굴이나 꽃, 혹은 그날 느낀 감정 같은 것들이 작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.
그림은 정교하지도 않고, 그리 예쁘지도 않다. 하지만 그 엽서는 친구가 바쁜 여행 중에도 잠시 멈춰, 나를 떠올리며 시간을 내주었구나 하는 고마운 마음이 든다.
예전엔 그런 엽서를 한 번 보고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는데,이젠 그런 종이 한 장이 소중해졌다. 손편지는 불완전하고 느리지만, 그래서 더욱 진심이 닿는 방식이다.
심리학에서도 손으로 쓰는 글은 감정을 안정시키고,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. 손 편지를 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와 더 깊이 연결된다. 쓰는 사람도, 받는 사람도.
어쩌면 우리는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진짜 마음을 발견하고, 치유받고 있는지도 모른다.
오늘은 누군가에게 짧은 손글씨 하나 남겨보면 어떨까?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.
오히려 삐뚤고 번진 글씨가 더 깊고 반가움이 될지 모른다. 잉크가 번진 글씨, 그날의 공기처럼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, 그 안에 담긴 말투.어쩌면 나는 요즘, 그 정성이 그리운지도 모르겠다.
세상은 점점 빠르고 효율적으로 흘러가지만, 마음은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는 법이다. 어느 날 문득, 우편함 속 엽서 한 장이 내 하루를 오래도록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.🌿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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